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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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설레이는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100일, 2400시간 길면 긴 그 시간

갓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100일, 세상과의 첫만남에서 잘 견뎌주고 자라줘서 고맙다는 것을 기념하는 그 시간,
물론 요즘은 산부인과 쪽 의학과 시설이 많이 발달하여 100일은 스킵하고 첫 돌을 더 챙기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 조카 윤서의 100일은 예쁜 사진들로 얼룩진 그런 행복한 날이었던 것 같다.
윤서의 스냅 사진 중 잘 나온 사진, 하지만 침을 질질 흘려버린 그 사진을 보정해주면서,
윤서는 참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으니 말이다.

100일 하면 또 생각나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남녀의 만남, 두 자리에서 세 자리 수로 넘어간 만남의 시간을 기념하는 그 순간,
갑자기 예전 TV에서 봤던 어린 연인들, 여기서 어리다는 초등학생 정도 쯤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100일 대신 22일, 그들의 언어로 표현하면 "투투" Day를 챙긴다고 한다.
이유인 즉, 100일은 너무 길고, 둘이서 둘이서 그래서 22일인지는 모르겠지만,
2라는 숫자가 안정적으로 2번이나 나온 그 날을 챙기며 기념하며, 앞으로 헤어질지도 모르는 일을 걱정한다고 한다.
아무리 만남이 쉬워진 유비쿼터스의 세상이지만,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그 시점, 100일이라는 그 시간은 참 소중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뭔가 많이 만났고, 더 잘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함께 밥 먹으며 친해진 그 시간,
이제는 서로에게 좀 안심해도 되겠다, 이제는 내가 너를 조금더 구속하겠다, 기분 좋은 구속을,
그렇게 얘기하며 서로를 보며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그 시간.
나에게 100일은 딱 한번 있었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잘 생각나지 않는다.
아, 생각났다.

나의 100일은 2004년 8월 15일이었으며, 그때 난, 친한 친구 녀석과 동경의 어딘가를 걷고 있었고,
여자친구에게 100일을 못챙겨주는 미안한 마음과 광복절날 일본의 한복판을 걷는 어색함이 이상한 조화를 이루었었다.

100일이 훌쩍 지나가버리다

뜬금없이 글을 쓰며 100일을 논하는 이유는,
약 열흘 전에 지나간 나의 입사 100일을 혼자 자축하기 위해서이다.
그냥 웃으면서 기분 좋게 잘 버틴 것에 대한 만족감이 있다.
걱정반 기대반으로 들어간 그 자리, 아직도 어색한 나에대한 호칭,
썰렁한 유머와 엉뚱한 분석들을 나의 트레이드 마크로 만들어 나갔던 그 시간,
그래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사적이든 업무적이든 나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존중하고,
언젠간 나역시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지 다짐했던 그시간,
처음, 그다음, 그리고 세번째까지 받은 안정적인 고정급으로 수많은 이들의 배속을 채워주고,
씀씀이가 커지진 않았지만, 카드를 긁는 부담감에서 좀 자유로워졌던 그 시간,
그리고 새 식구에 대한 부서원들의 따스한 배려를 느꼈던 그 시간
하지만 아직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은 존재하고,
여기서 추구해야되는 궁극적인 목표를 발견하진 못했다.
끝으로 습관적으로 회사 식당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제 앞으로의 100일은 업무라는 것에 좀 더 적극적으로 적응을 해보고 싶으며,
진정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한 두 셋만 만들어보고 싶다.
누군가는 나에게 적응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보여 안쓰럽다고 했고,
누군가는 나의 썰렁한 유머를 좋아해주었고,
내가 해주는 조언 아닌 조언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나의 모든 질문 질문에 늘 친절히 대답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나의 일상을 궁금해주시던 분도 계셨으니,
나의 100일은 이정도면 괜찮았던 것 같다.

좀 더 편안한 마음과 표정으로, 나의 색깔을 찾아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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